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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열 나흘째 날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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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김대영목사 작성일2020.03.12 조회수553

본문

<사순절 열 나흘 째 날 묵상>

 

찬송 : 155십자가 지고

 

본문 : 시편 221-31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 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 내 하나님이여 내가 낮에도 부르짖고 밤에도 잠잠하지 아니하오나 응답하지 아니하시나이다 (22:1-2)

 

묵상 나눔

 

1. 사순절 열 나흘 째 날, 오늘 묵상을 위한 질문은 내게 유익이 된 시련이나 곤고함이 있나요?”입니다.

 

2. 시편 22편은 예수님의 가상 칠언 중에 하나인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가 인용된 구절이 들어있는 시입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를 십자가에서 외치는 장면이 매우 낯설게 다가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은 경건치 못한 일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예수님이 그러셨다니 말입니다.

 

3. 앤 울라노프의 저서 <기도의 심리학> 이란 책이 있습니다. 원제목이 “Primary speech” 즉 원초적 언어입니다. 입으로 말하는 표현과는 다른, 그 사람 마음 저 밑바닥에 있는 진짜 소리를 말합니다. 감사를 표현해도 자신도 모르는 두려움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불평을 해도 애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원초적 언어가 하나님이 그 사람으로부터 들으시는 정직한 기도의 소리일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인용하셨던 시편 기자의 이 표현의 원초적 언어는 무엇일까요?

 

4.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큰 고통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대상을 잃는 것이겠죠. 한동안 보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지극히 사랑하는 이의 가장 큰 고통은 하나님의 부재를 느낄 때 일겁니다. 그에게 만약 주일을 성수하지 않았을 때의 징계가 있다면, 그것은 예배하지 못하는 그 자체이겠지요.

 

5. 시편 22편 전체를 거듭 읽다보면, 하나님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여호와여 멀리 하지 마옵소서. 나의 힘이시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19), ‘나라는 여호와의 것이요 여호와는 모든 나라의 주재심이로다’(28) 등의 고백은 1절의 원망 같은 표현이 경건치 못한 단순한 원망이 아님을 알게 해줍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간절히 찾고 의지하는 원초적 언어를 담고 있는 거룩한 기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6.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외쳤던 이 비명이 육체의 고통 때문에 하나님을 원망한 것이 아니라,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아 헤매이듯 그 영혼이 하나님을 더 간절히 찾는 갈망이라고 믿습니다. 결핍과 고통은 사람을 참 힘들게 하는 것이지만, 반면에 무엇이 소중한지 더 명확히 드러내어 그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지극히 고통스러웠지만 하나님을 발견해가며 노예에서 자녀로 다시 회복되었듯이, 광야 같은 상황에서 주의 말씀을 배워 내게 유익했습니다’(119:71) 라고 고백하는 성도들이 지금도 허다하게 많이 있습니다.

 

7. 사순절은 결핍과 고난의 상황 속에서 내 안에 원초적인 열망이 어떠하고, 내 삶의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통해서 사람의 표현 너머에 있는 진실한 소리를 들으려 하고, 주변 상황 밑에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뜻을 읽어낼 수 있는 영적인 감각이 우리 안에 자라가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의 기도

 

1. 십자가에서의 주님을 더 깊이 묵상하는 하루되길 원합니다. 주님이 겪으신 고통보다, 하나님을 향한 그분의 갈망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믿음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하옵소서.

 

2. 어두움이 깊을수록 작은 빛마저도 찬란한 것처럼, 모두가 힘들 이 때에, 생각이 서로 다르고, 표현이 어긋나도 결국 각자가 바라고 소원하는 것은 하나임을 인정하고 좀 더 넉넉한 마음을 낼 수 있는 우리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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