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사랑방

사순절 열 사흘 째 날 묵상

페이지 정보

글쓴이김대영목사 작성일2020.03.11 조회수612

본문

<사순절 열 사흘 째 날 묵상>

 

찬송 : 150갈보리 산 위에

 

본문 : 디모데후서 18-14

 

이로 말미암아 내가 또 이 고난을 받되 부끄러워하지 아니함은 내가 믿는 자를 내가 알고 또한 내가 의탁한 것을 그 날까지 그가 능히 지키실 줄을 확신함이라. 너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으로써 내게 들은 바 바른 말을 본받아 지키고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네게 부탁한 아름다운 것을 지키라 (딤후 1:12-14)

 

묵상 나눔

 

1. 사순절 열 사흘 째 날, 오늘 묵상을 위한 질문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겪은 고난을 부끄러워한 적이 있나요?”입니다.

 

2. 찬양곡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를 부를 때면 가사의 내용은 밝고 아름다운데, 곡조는 무겁고 비장한 느낌이 듭니다. 가사와 곡조가 서로 맞지 않을 듯한데, 우리의 마음을 담아 올리게 하는 훌륭한 찬양입니다. “내 영 기뻐 찬양합니다.”, “내 영혼 즐거이 주 따르렵니다라는 말이 나오기 까지 그 속에 분명히 고난과 슬픔이 있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곡조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짐작하게 됩니다.

 

3. 오늘 본문의 전체적인 느낌이 이 찬양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따라 복음과 함께’(8), ‘우리를 구원하사 거룩하신 소명’(9), ‘생명과 썩지 아니할 것’(10), ‘세우심’(11), ‘믿음과 사랑으로써’(13), ‘아름다운 것’(14) 같은 밝고 희망찬 표현 밑에 고난이 중저음 곡조처럼 흐르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4. 디모데 후서는 저자인 사도 바울이 말년에 아들처럼 생각했던 디모데에게 신앙과 사역의 정수를 전해주고자 썼던 서신입니다. 그의 걸어온 발자취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심한 고난을 받았습니다(고후 11:23-27).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그 어두운 바탕색 위에 오히려 주님을 향한 사랑, 삶에 대한 기쁨과 소망, 복음에 대한 깊은 확신을 밝게 표현해갑니다. 말년에 엄혹한 옥중에서 쓴 빌립보서가 기쁨의 서신이란 별명이 붙은 것, 역시 말년에 쓴 이 디모데후서에서 진리에 대한 확신을 마치 청년처럼 힘차게 표현한 것을 보면 사도 바울의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 간 복음의 멋진 역설을 흠모하게 됩니다.

 

5. 사랑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사랑이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사랑의 시인이라 불리는 정호승 시인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라고까지 얘기했나봅니다. 한 존재에 매력을 느끼면, 그를 더 알아가고, 알아간 만큼 뜨겁게 사랑하고, 사랑한 만큼 그곳이 어디든, 고통 속이라도 기꺼이 따라가는 것이 사랑하는 이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의 약함과 상처를 기꺼이 자기의 것으로 떠안는 것처럼,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의 죄와 고통을 값없이 대신 당신의 몫으로 가져가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훗날 철이 들어 그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고 비로소 주님을 사랑하면서 따르게 되는 고통은 그 무엇보다 귀하고 자랑스러운 면류관으로 느껴질 겁니다. 그렇게 주님과 우리 사이에 사랑이 깊어짐에 따라 기쁨과 영광뿐만 아니라, 낮아짐과 고통도 함께 하는 둘 만의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6. 예수님 이후에 가장 예수님처럼 살다간 인물로 알려진 인물이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주후 1182-1226)입니다. 그는 말년에 주님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당하셨던 다섯 군데의 상처를 천사로부터 얻습니다. 이 오상(五傷)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 상처를 사랑의 흔적(stigma)로 받아들이며 영광스러워합니다. 그의 주님을 향한 사랑의 행적 중에서 그 사건이 가장 신비하고 아름다운 사건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7. 사순절은 부활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고난과 십자가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의 길이 오히려 하나님과의 깊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은혜의 자리임을 받아들이며,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기쁘고 영광스러운 행복(5:11-12)으로 초대받는 시기입니다. 올해 사순절은 이런 은총이 그 어느 해보다도 우리의 심령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새겨지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의 기도

 

1. 우리에게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 사랑이 깊어지는 경험을 통하여, 약한 것을 자랑한다는 사도바울의 깊은 고백이 우리의 삶의 고백이 되게 하소서.

 

2. 우리에게 허락된 인생의 마지막 즈음에 복음의 열정과 사랑의 신비를 진실하게 전하는 행복을 누리게 하옵소서.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